“예물은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의 상징이다. 카피 디자인을 판매한다거나 가격 할인을 제시하며 현금 계산을 종용하는 업체는 피하길 권한다.”
봄기운이 완연한 5월은 결혼을 하기 가장 좋은 달로 손꼽힌다. 그래서 많은 여성이 ‘5월의 신부’를 꿈꾼다. 결혼 성수기를 맞아 보석업계에서도 새 시즌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부터 청담·종로의 예물샵까지, 대부분 주얼리 매장에선 ‘우리 제품이 최고’라며 예비 신랑과 신부에게 홍보한다.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와의 약속을 상징하는 예물은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 김가민 바이가미 대표./윤희훈 기자
김가민(41) 바이가미 대표는 10일 “타 브랜드 디자인을 카피한 제품을 판매하는 예물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제품보다는 자체 디자인으로 독창성을 가진 제품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가격만 생각해서 예물을 사면 후회하기 쉽다”며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골라야 한다.
구매 후 AS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국내 귀금속업계, 디자인 경시”.. 김가민 대표의 쓴소리
바이가미는 수석 디자이너를 겸하고 있는 김가민 대표가 2005년 론칭한 브랜드다.
김가민 대표는 “우리는 ‘SIMPLE&DEEP, ONE&ONLY’를 콘셉트로 1%의 특별함을 추구한다”고 브랜드를 소개했다.
바이가미는 현재 서울 청담동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바이가미를 찾는 손님이 늘면서 백화점 입점과 가맹점 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 김가민 바이가미 대표가 기자에게 다이아몬드의 등급을 설명하고 있다./바이가미 제공
김 대표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국내 귀금속업계의 행태에 쓴소리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장신구 업계에서는 그동안 자체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카피한 디자인을 아무렇지 않게 판매하는 곳이 많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세공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우리가 고안한 디자인이 입소문이 나면 어느새 카피 제품이 다른 곳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는 이런 카피 제품에 대한 처벌이나 피해 보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디자인 콘셉트를 그대로 카피해도 디테일이 조금 다르면 처벌이 어렵다”면서 “디자이너로서 상당한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가격에만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하는 소비자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며
“브랜드의 고유 디자인과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로 완성된 제품에 대한 가격을 기꺼이 인정해주고 소비하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또 “가격만 따지다간 전체적으로 질이 안 좋은 제품을 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 대표는 대표적인 사례로 ‘낮은 등급의 멜리(melee) 다이아몬드 사용’을 들었다.
신부의 예물 반지에 들어가는 메인 다이아몬드는 감정서로 등급을 확인할 수 있지만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미니 사이즈의 멜리 다이아몬드는 제조업체의 말만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멜리 다이아몬드도 퀄리티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다”면서
“질 낮은 다이아몬드로 세팅하더라도 일반인이 이를 알아채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만나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바이가미의 세공실에서 세공 전문가가 반지를 살펴보고 있다./윤희훈 기자
◆ “장인이 직접 수작업...고객 손에 딱 맞는 제품이 최고”
김 대표는 “최근 불경기로 인해 명품 브랜드도 저렴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반지 두께를 얇게 하거나, 금 함유량을 낮춰 가격을 낮추는 형태”라며 “이런 제품은 내구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원가를 낮추려는 목적으로 원재료를 적게 쓰는 일이 없다”면서 진열대에서 제품을 꺼냈다.
김 대표가 보여준 커플링은 얼핏 봐도 상당한 두께 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두꺼우면 무거울 것 같다. 평소 반지를 안 차던 남자들은 부담감을 느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우리는 모든 제품을 출고하기 전 ‘중간 피팅’ 과정을 거친다.
1차 제작한 제품을 고객이 직접 착용해보며 착용감이 어떤지 점검하는 것”이라며 “고객이 편안하게 느끼는 제품이 최고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일차적으로 전문 상담가가 고객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손가락 사이즈를 확인해 핸드메이드 샘플을 제작한다.
대부분 이 수준에서 메인 스톤을 세팅한 완제품을 출시한다”면서 “우리는 메인 스톤을 세팅하기 전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 반지가 편안한지 반드시 확인한다.
사람마다 느슨한 걸 좋아하거나 꽉 끼는걸 좋아하거나 선호하는 형태가 다른데, 이를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간 피팅을 마친 제품은 메인 스톤 세팅과 광택(폴리싱), 문구를 새기는 ‘인그레이빙’ 과정을 거쳐 고객의 손에 쥐어진다.
바이가미는 디자인과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플래티넘(백금) 가공 기술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결혼 예물 소재로 많이 쓰이는 플래티넘은 가공이 까다로운 소재로 손꼽힌다.
바이가미는 2008년 플래티넘 국제 인증 기관인 PGI로부터 ‘Pt 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백금의 무른성질을 개선하기 위한 ‘하드니스 플래티넘’을 자체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성질을 개선하기 위한 ‘하드니스 플래티넘’을 자체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 바이가미의 주요 모델./바이가미 제공
◆ “현금 결제는 깍아준다고? 결국 탈세 목적.. 정직 경영 추구”
“결혼은 신성하다. 결혼의 증표인 예물도 신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예물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유혹의 손길이 많다.”
인터뷰 말미, 김 대표가 예물 구매 시 빈번한 ‘현금 결제 할인’ 행태를 꼬집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정찰제를 원칙으로 모든 고객에게 같은 가격으로 같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현금 판매 시 당연히 현금 영수증을 발행한다. 회사를 운영해오면서 이 원칙을 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 업체들이 현금 할인으로 고객을 유도하는 것을 보면서 (현금 구매 할인)유혹을 참아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김 대표는 “현금 구매 시 할인이 가능한 건 세금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며
“10%의 세금을 줄이려고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약속에 흠집을 내는 게 옳은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 같으면 차라리 조금 더 저렴한 제품을 사고 당당하게 세금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어 “그동안 꾸준한 연구 개발로 높은 퀄리티의 주얼리를 선보이며 국내 업계를 이끌어왔다고 자부한다”며
“오리지널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정직경영을 펼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기에 계속 이 길을 가려고 한다”고 했다.
출처 : 조선비즈